[어쩌다 제주] 먹고 사는 게 뭐라고.

모닝 경차에 짐을 실었다. 신디사이저, 계절 옷가지 몇개, 책 몇권, 노트북, 또 뭐가 있었더라... 그렇게 꾸역꾸역 짐을 실은 모닝은 배를 탔다. 땅끝마을 해남의 찜질방에서 하루밤을 대충 구겨 자고, 바다를 건넜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아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길을 가다가 누구라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멀리멀리 떠나기로 한다. 뭐 그리 멀리도 못 갔다. 고작, 제주도. 한달 15만원에 방 한 칸 내어주겠다 하신 할망민박집 이모 덕에 용기를 냈으리라. 내 통장의 잔고를 보았다. 숨만 쉬고 살면,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이모님은 민박과 동네슈퍼를 같이 했는데 동네 삼촌들이 오며가며 밥 달라 했고, 소주 달라 했다. 점심 나절, 내가 슈퍼에 안 나오면, 이모는 나를 깨우러 오셨다. 곧장 죽을 표정이라 살피러 오셨던 거라 이모님은 몇 년 지나 말씀해주셨다. 어쨌건, 어슬렁 슈퍼에 나가면 이모는 자기 냉장고를 털어 내 배를 채워주셨다. 시골에선 마트 갈 일이 별로 없었다. 톳, 괭이, 문어는 삼촌들이 바당에서, 갖가지 채소는 우영밭에서. 찬거리는 언제나 풍성했다. "마트를 왜 가냐~' 하시는 이모님은 소주, 참치, 화장지, 등을 사러 한번씩 하나로마트에 가는 게 전부였고, 그마저도 전화로 배달을 시키니, 마트 갈 일이 정말 없었다. 정기적으로 이마트에서 카트 가득 물건을 담아오던 나, 이 사소함이 그 때의 나에겐 충격이고 경이로움 이었다. ‘이렇게도 사람이 살 수 있다고?’ 이 때 땅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땅이 있으면, 굶어죽지 않겠어. 누구에게 비굴하지 않아도 되겠어. 먹고사는 것에 자신감이 붙으면, 고립이 두렵지 않겠어. 그래서, 버클리음대를 가겠다며 모아뒀던 몇천만원을 땅을 사는 데 썼다.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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