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다들 낙오자들이지 뭘~” 발끈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경쟁에 지친, 하류인생, 신용불량자, 아메리카 까지 갈 기력 없어, 갈 곳 없이 꾸역꾸역 찾아든 섬. 효리가 남긴, 제주도에 대한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인상으로 한 때 ‘제주이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지만, ‘말은 제주도, 사람은 서울로’ 가야한다느니, 텃새, 여깃말로 ‘괸당문화 (친족사회)’ 때문에 못살겠다느니 온갖 핑계로 떠나는 섬. 그런데 그 와중에서 ‘촌’. 또, 그 와중에 ‘농사’왜 변호사가 되었느냐, 왜 교사가 되었느냐, 왜 의사가 되었느냐 묻진 않지만 어쩌다 농사를 짓느냐,부모님이 농사짓냐, 는 질문은 늘상 꼬리붙는다. 반짝거리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질문을 쏟아내길래 나 역시 이웃을 만들고 싶은 사심으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땅 보러 다니고, 어르고 달래도 결국 하는 말. “대단하긴 한데 나는 용기가 없어 못할 것 같아.......", "하는 일이 있어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내가 원래 허리가 좀 안 좋아서 밭일은 못해.", "요즘 제주도 땅값은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던데 아직 어디 싼 땅 없을까? "......인스타에서 이미지로 보여지는 나른한 시골의 일상이 아무 대가 없이 만들어진 줄 아는 사람들. 특정인을 비난하진 않기로 했다. 대부분이 그런걸~ 농사나 짓지뭐 할 만큼 쉽지 않다. 큰 농사 아니면 돈 벌기 쉽지 않고 이것도 사업이라고 자칫 큰 농사 지었다가 크게 망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싼 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적게 소비하고, 적게 버는 데 만족하면 시골에서 젊은 사람들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열변을 토했었는데 이제 그러기를 관뒀다. “장소만 바뀔 뿐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아요. 자연이 그리워지걸랑 여행이나 한번씩 오세요. 그게 더 나아요. “ 건성건성 대답한다. ‘더 설명한다고 알까’ 하는 삐딱한 마음도 보탠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농촌으로 사람이 모여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해주었다. 시골에 사는 것이 선택적 낭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속을 위해서,라는 절박한 이유 때문이 될 것이란 생각이 <송곳>처럼 튀어나왔다. 이제 촌은 낙오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낙오되지 않기 위해 모이는 곳이 될 것이라는 예감에 희번덕 웃는다.